'교가 ' 아이들의 노래, 다시 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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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화기획과 | 등록일 | 2025/08/21 | 조회 |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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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 아이들의 노래, 다시 쓰다
‘마중’의 윤학준 작곡가와 충북교육문화원의 도전
‘제2의 교가’ 우리학교 노래만들기 46개 학교 참여
아름다운 노랫말 가사, 부르고 싶은 교가 ‘화제’
윤학준 작곡가
[충청리뷰 이기인 기자] 충북교육청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하는 윤학준 작곡가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음악적 열정을 바탕으로 동요와 합창, 가곡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는 교직에 첫 발령을 받고 학생들을 만났을 때, 아이들이 동요 대신 자극적인 가요를 부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그때 반가를 직접 작곡해 가르친 것이 본격적인 작곡 활동의 시작이었다.
윤 작곡가의 어린 시절 꿈은 합창 작곡가였다. 성가대 활동과 대우합창단 공연을 접하며 합창의 매력에 빠졌던 그는 대학 졸업연주도 합창으로 준비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2011년 중앙아트 창작 성가 공모전에 응모한 두 곡이 모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작곡가 윤학준’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이어 2013년 안동 합창음악 창작페스티벌에서 ‘진달래꽃’으로 전체 대상을 수상하면서 합창계의 주목을 받았다.
충북교육문화원
2005년부터는 동요 작곡에 나섰고, 교직과 함께 교가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의 곡은 화성적 색채가 풍부해 성인이 부르면 가곡처럼 들렸다. 동요제에서 탈락했던 ‘나만의 별’은 가곡제로 출품해 발표되었고, 이후 어린이들이 동요 콩쿠르에서 즐겨 부르며 ‘이중 생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동요와 가곡은 본질적 차이가 없으며, 동요는 아이들의 정서와 목소리를, 가곡은 성인의 시적 깊이를 담는다”고 말했다.
이 무렵 윤 작곡가는 자연스럽게 교가의 존재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교가는 단순히 학교를 대표하는 노래가 아니다. 특정 세대의 정체성과 추억, 공동체의 가치관을 음악으로 압축해 담아낸 문화적 유산이다. 입학식·졸업식, 체육대회, 기념식 등 학교의 주요 의식에서 울려 퍼지며,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불편한 ‘교가’
그러나 교가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식 군가풍이 교가 형식으로 이식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노래가 여전히 불리며 학생들의 입술을 거쳤다. 1960~70년대에는 반공·충성·근면 같은 국가주의적 가치가 가사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형식은 대부분 4분의 4박자 행진곡 풍으로 고정됐다. 오늘날 학생들이 “억지로 부르는 노래”라며 교가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이런 역사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교가의 법적 지위는 모호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이나 교육부 훈령 어디에도 ‘교가를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교가는 사실상 학교 정체성을 상징하는 ‘관행적 의무’처럼 여겨져 왔다. 일부 교육청은 교가를 교육과정 외 활동의 필수 요소로 관리하기도 했다.
윤학준 작곡가 (오른쪽)
이 때문에 교가 교체를 추진할 때마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 왜 바꾸느냐’, ‘학교의 혼과 정신이 담긴 노래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반론이 맞부딪힌다. 동문회는 교가를 “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주장하는 반면, 학생과 교사는 “시대와 맞지 않는 언어와 멜로디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교가가 지닌 사회적·문화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셈이다.
전국적으로 교가 교체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서울의 한 여고는 교가 속에 ‘충성’ ‘근로’ 같은 단어가 남아 있어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학부모와 동문회를 설득해 가사를 현대적으로 고쳤다. 경남의 한 고교는 친일 음악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학교 측은 “행사에서는 신교가, 전통을 존중해 동문회 모임에서는 구교가를 부른다”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충북에서도 일부 학교가 교가에 남아 있던 ‘반공 정신’ 문구를 삭제하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새로운 노랫말을 만든 사례가 보고됐다. 이처럼 교가를 바꾸는 일은 단순한 곡 교체가 아니라, 과거의 억압적 가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의 언어와 감성을 담아내는 역사적 작업으로 이해된다.
해외에서는 교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에는 ‘알마 마터(Alma Mater)’와 ‘파이트 송(Fight Song)’이 공존한다. 알마 마터가 전통적이고 장중한 성격의 교가라면, 파이트 송은 스포츠 경기 응원 때 불리는 경쾌한 응원가다. 예를 들어 미시간대학의 ‘Hail to the Victors’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이트 송으로, 학생과 졸업생 모두가 경기장에서 큰 자부심으로 부른다. 교가는 엄숙한 전통을 지키되, 응원가는 학생들의 활력을 반영하는 이중 체계다.
충북교육문화원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 전통 대학에는 오랜 성가풍의 송가가 있으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비공식적인 응원가가 더 활발히 불린다. 럭비 경기나 대학 대항전에서 불리는 노래들은 교가 못지않은 공동체적 힘을 발휘한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교가 전통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J-POP 스타일이나 랩을 활용한 현대적 교가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작곡에 참여하거나, 유명 아티스트에게 위촉해 신세대 감각을 담은 교가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처럼 해외의 사례는 교가를 단일한 상징으로 고정하기보다, 전통적 노래와 현대적 응원가가 나란히 존재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흐름을 보여준다.
제2의 ‘교가’
충북교육문화원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2021년부터 ‘우리학교 노래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교가를 보존하면서도 학생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현대적 교가, 이른바 ‘제2의 교가’를 제작·보급하고 있다.
윤학준 작곡가 (오른쪽)
첫해 10개교를 시작으로, 2022년 10개, 2023년 10개, 2024년 8개, 올해 8개교까지 현재 46개 학교가 참여했다.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가사를 만들고, 각 학교의 미래상을 담아냈다. 특히 2021년 제작된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의 교가는 학생들이 직접 쓴 “우리의 마음이 뛰어, 작은 발걸음도 좋아 그러다 보면 우리는 뛰고 있을 테니까”라는 구절이 큰 울림을 주며 주목받았다.
교가 제작 과정은 학생 주도다.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키워드를 적고, 이를 전문가가 가사로 다듬는다. 작곡은 창작동요나 캠페인송 경험이 풍부한 작곡가가 맡아 학교의 특색에 맞는 곡을 만든다. 완성된 음원은 충북교육문화원 홈페이지에서 공개된다.
윤 작곡가는 옛 교가의 특징으로 노랫말에 반드시 지역적인 요소가 포함된 점을 예시한다. 이를테면, “○○산, ○○강 정기 받아서” 등이다. 또 “남학교의 경우는 대한의 건아, 여학교의 경우는 대한의 딸들 등, 성별적 요소가 있고, ‘씩씩하게’ ‘단아한’ 등의 표현도 등장한다”고 했다. “작곡의 형태에서는 모든 교가가 높은 음으로 끝나 더욱 힘찬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일본 전통적인 음계 등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교가를 바꾼다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의 동문회가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일테면 한 학교는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곡이라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동문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하지만 동문회의 동의를 얻어 바꾼 사례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교가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윤 작곡가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학교건물은 노후돼서 바꾼다 할지라도 교가는 노후가 돼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는 노래에 혼과 정신이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오송솔미초 교가
동문들은 교가를 공유함으로써 결속되고 또 그들의 전통이 이어진다고 믿는다. 실제로 노래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동문들은 자신이 옛시절 부른 교가를 쉽게 바꿀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작곡가는 “하지만 오늘의 학교 현장에서는 교가를 부를 일이 많이 없어졌다”라고 지적한다. “애국조회라는 것도 없어졌고, 입학식, 졸업식 등에서만 부르다 보니 학생들이 교가를 거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옛 교가의 노랫말이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라는 점이다. “학교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부르기에도 공감이 전혀 되지 않는 노랫말과 거의 행진곡 같은 군가의 느낌이 나는 노래를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윤 작곡가에 따르면 오늘날 학생들은 ‘산의 정기’ 같은 전통적 표현보다 ‘알콩달콩’ ‘하하호호’ 같은 따뜻한 단어, 랩과 영어가 들어간 가사를 선호한다. 음악적으로도 세련된 화성과 대중적 멜로디가 인기다. 이는 교가가 더 이상 ‘행사용 노래’가 아니라, 학생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불리며 애교심을 키우는 곡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노랫말’
윤 작곡가는 “노래의 핵심이 되는 노랫말은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의 정서와 맞아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바라는 내용, 학생들이 생각하는 희망적인 내용 등이 노랫말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서 노랫말 제작에 반드시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한다. 거의 모든 학교들이 학교자치회를 중심으로 학생들, 교사, 학부모까지 함께 노랫말 제작에 참여해 학교만의 특색 있는 노랫말을 만든다. 또 제작 과정에서 학교 담당자와 계속 소통하면서 학교가 원하는 스타일로 작곡한다. MR(반주) 및 편곡도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다. 노래 녹음 시에는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참여해서 퀄리티가 높은 음원을 제작한다.
한국바이오 마이스터고 교가
윤 작곡가가 생각하는 좋은 교가는 한마디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가다. 학생들이 부르며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교가, 이를 위해선 노랫말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공감이 돼야 하고 음악적인 스타일도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
윤 작곡가는 올해 시작한 ‘우리학교 노래만들기 사업’의 결과로서 지난 7월에는 음원이 나와서 학교에 전달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들 모두가 새로 생긴 학교노래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한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 입장은 교가를 바꾼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든 것으로 이해했다. 한편 교가를 실제로 바꾼 학교들도 많다. 또 신설학교가 교가 제작을 이 사업을 통해 실현한 학교도 있다.
교가를 바꾼 사례로는 친일작곡가 논란 교가, 인근 학교랑 교가가 똑같아서, 학교를 이전했는데 기존 교가에 나오는 지명은 옛 학교가 있던 지명이라서 등등 그 사연이 여러 가지로 나뉜다.
빛나라 솔미
푸른 하늘 아래
푸르른 마음의 뜻이 모여
우리들의 푸른 꿈은 자란다
햇살 가득 웃음가득
솔미의 뜨락에 배움의 기쁨으로
자라나는 우리들
빛나라 솔미 솔미
내일 향해 나아가리라
빛나는 솔미 솔미
세상 향해 나아가리라
솔미 솔미 우리의 꿈
빛나는 내일을 그려가요
사랑과 우정이 그려지는 곳
(작사_오송솔미초 교육공동체. 작곡_윤학준)
윤 작곡가의 창작 정신과 충북교육문화원의 사업은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한다. 아이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노래, 음악을 통해 더 밝고 건강한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윤 작곡가는 “동요는 아이들의 정서를, 가곡은 성인의 시적 깊이를 담는다” 이제 교가는 그 두 세계를 잇는 다리이자, 세대와 역사를 연결하는 노래다. 교가를 새롭게 쓰는 작업은 단순한 노래의 재편이 아니라, 과거의 그림자를 성찰하고 미래 세대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교육문화의 토대를 놓는 일이다.
■ 윤학준 작곡가
윤학준 작곡가는 한국어의 정서와 운율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곡가로, 가곡·합창·동요·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가곡 〈마중〉, 합창곡〈나 하나 꽃 피어〉, 동요 〈꼭 안아줄래요〉 등이 있으며, 그의 가곡은 전통 가곡과 달리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성되어 세련된 멜로디와 진솔한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창작오페라 〈모과나무〉,〈중원고려비의 연가〉를 통해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학교 교가와 어린이 뮤지컬도 다수 작곡하여 교육 현장과 생활 속 예술을 긴밀히 연결해왔다.
그의 작품은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 다수 수록되어 학교 수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음악을 통한 정서교육과 감성 함양에 이바지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합창대회 심사와 다양한 문화예술 특강 활동을 통해 음악계 안팎에서 폭넓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예술성과 교육성을 겸비한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충북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으로 재직하며, 지역 예술교육 정책과 실천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윤학준 작곡가의 음악은 따뜻한 이야기, 세심한 언어 감각, 그리고 시대를 아우르는 정서로 우리 곁에 머물며,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울림을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출처 : 충청리뷰(https://www.ccreview.co.kr) 2025년 8월 20일, 이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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