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을 ~ 게시글 상세보기 - 작성자, 등록일, 조회, 첨부에 대해 안내
꽃망울을 ~ |
작성자 |
한글사랑 |
등록일 |
2005/01/18 |
조회 |
1739 |
첨부 |
|
◇ 꽃망울을 ~
'터뜨리다' 는 무엇을 터지게 하는 움직임이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미ㆍ 영군들이 무자비하게 폭탄을 터뜨리고, 이라크 사람들과 이 전쟁을 반대하는 세계 시민들은 울분을 터뜨린다. 울음이나 웃음도 터뜨리는 대상으로 대상으로 번져 쓰인다. '터짐' 이란 막혀 있던 게 갑작스레 큰 힘으로 부서지는 모양인데, 봄만 되면 '꽃망울을 터뜨린다' 는 표현도 써 온다.
북에서는 '터뜨리다' 보다 '터치다' 를 잘 쓴다. 수류탄, 울분, 울음을 터친다. 또 풀어헤치다에 가깝게 '짐짝을 터친다' 도 쓰고, 막힌 것을 터놓는 뜻으로 '물고(물꼬)를 터친다' 도 쓴다. 꽃이 필 때도 '꽃잎을 터치려는 꽃망울' 이라고 말을 쓴다. 중국과 옛 소련 지역 동포들도 '터치다' 를 잘 쓴다.
* 쾅! 쾅 터치는 노래 <김철 : 북방의 강>
* 색갈 고운 웃음을 / 방긋 터치며 오시였지요(-었지요) <조룡남 : 꽃과 웃음과>(중국)
* 들을 리 만무한 네 앞에서 아픔을 터쳐 울부짖으면서 <정장길 : 병사의 무덤 앞에서>(옛 소련)
* 초록 너울 쓰고 꽃망울 터치며 왔습니다. <김파 : 봄날의 시혼>(중국)
막 피어나는 꽃망울ㆍ꽃봉오리의 조용한 몸짓을 '터뜨리다ㆍ터치다' 로 표현하니 말맛이 거칠게 들린다. 꽃과 잘 어울리는 말에 '벌다ㆍ벙글다' 가 있다.
*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병기 : 난초 4>
*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김상옥 : 봉선화>
*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한광구 : 매화>
* 막 난초꽃이 한둘 벙글고 있다 <박정만 : 난초>
'벙글다' 는 '벌다ㆍ벌어지다' 와 같은 말로 좀 예스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