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르개' 와 '여과기' 게시글 상세보기 - 작성자, 등록일, 조회, 첨부에 대해 안내
'거르개' 와 '여과기' |
작성자 |
한글사랑 |
등록일 |
2005/01/06 |
조회 |
1826 |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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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르개' 와 '여과기'
'겨레말이 아름답다'함은 사랑으로 말을 다듬고 정성으로 말을 가꾸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아름다운 마음에서 솟아난다. 그러므로 겨레말은 아름답다.
닿소리 열넉 자와 홀소리 열 자를 만나 1만 2천여 글자를 만들 듯 외뜻말끼리 짝지어 겹씨를 만들고, 있는 말에 앞뒷가지를 달아 새로운 말을 만든다.
뒷가지를 붙여서 만든 말의 보기로서, '-개'가 자연어를 만나 만들어진 말을 들어보자.
① 간단한 기구 이름 : 덮다 + 개 = 덮개, 걸다 + 개 = 걸개
② 사람 이름 : 코 흘리다 + 개 = 코흘리개, 오줌 싸다 + 개 = 오줌싸개
③ 음식 이름 : 찌다 + 개 = 찌개, 부치다 + 개 = 부침개 ㆍㆍㆍㆍ.
이처럼 말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사랑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겨레말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겨레말을 아끼고 살려 쓰려는 정성이 있고 없음이 말다듬기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거르개'와 무척 어려운 한자말 '여과기(濾過器)'로 견주어 볼 수 있다. '거르다'에 뒷가지 '-개'가 붙어 만들어진 '거르개'는 서울에서는 그것을 쓰면 무식해 보이기라도 하는 양 꺼리고 한자말 '여과기'를 주로 쓴다. 남북에서 다듬은 말 가운데 일치하는 말이 많은데, '거르개'도 그 하나다. 남쪽에서는 일껏 잘 다듬어 놓고도 쓰지 않는 반면, 북쪽에서는 좀 어색한 말이라도 굳혀서 쓰고 있는 점이 다르다.
서울말과 평양말 속에 스민 겨레말 사랑의 무게를 저울로 달아보면 서울말 열이 평양말 하나의 무게에도 미치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