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과 두리 게시글 상세보기 - 작성자, 등록일, 조회, 첨부에 대해 안내
십분과 두리 |
작성자 |
한글사랑 |
등록일 |
2004/12/29 |
조회 |
2058 |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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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분과 두리
서울 사람들의 말버릇 가운데서도 고약하기는 고장말을 죽이는 간추려 쓰기 버릇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의 나라 말은 깍듯이 모셔 쓰기를 즐긴다. 그 중에는 평양말에도 같은 병폐로 쓰이는 말이 많다.
그런 말 중 신문, 잡지들에서 특히 쓰는 '십분(十分, 주분)'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시간을 세는 이 말을 일본에서는 '넉넉히', '충분히'의 뜻으로 바꿔 썼다. 일본말의 못남은 토박이말이 넉넉지 못해서 남의 말을 빌리거나 빈댓말을 즐겨 쓰는 데서도 드러나는데, '십분'도 그 중 하나다. 말글살이 길을 앞장서서 닦고 이끌어 가야 할 신문, 잡지에서 힘줌말 '십이분(十二分, 주니분)'까지 빌려다 쓰니 이보다 딱한 일이 또 어디 있을꼬?
간추려 쓰기 버릇은 고장말을 홀대함으로써 우리말을 가난하게 한다고 꼬집은 바 있는데, 남북 말씨를 견주어 보자.
북쪽에서 아낌받는 말 가운데 '두리'가 있다. 주로 '두리에' 꼴로 '뭉치다'와 함께 쓰여, 하나로 뭉치게 되는 중심의 둘레란 뜻을 나타내는 이 말을 서울에서는 '둘레' 한가지로만 쓰지만 '두리'만의 뜻이 있다. "그 분 두리에 하나로 뭉친 젊은이들", "그 분 둘레에 하나로 뭉친 젊은이들"을 견주어 보면 뒤(둘레)에는 없는 끈끈한 사랑이 앞(두리)에서 느껴진다. 이 '두리'는 변두리, 테두리, 옹두리 들에서 살아 있다.
우리말의 뜻 나타냄이 이렇듯 넉넉한데, 뭐가 답답해서 남의 나라 말까지 모셔다 쓰고 제 말은 버리는지 배운 사람들의 그 속내를 모르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