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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바람과 가녘 |
작성자 |
한글사랑 |
등록일 |
2004/12/27 |
조회 |
1786 |
첨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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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바람과 가녘
말은 고장마다 고유한 정서를 토양으로 해서 나타나고 쓰인다.
평안도 우등불과 서울 화톳불 얘기도 있었지만, 바람 많은 제주도에 '왜바람'이란 말이 있다. 남북 국어사전에 모두 올랐으나 이 말의 고향은 제주도인 성싶다.
소설가 현기영은 장편 <변방에 우는 새>에서 '왜놈 해적들이 아무데서나 쳐들어온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했더라. 제주도만이 가진 수난사가 아니고는 왜바람 뿌리 찾기가 어렵겠다 싶은데, 서울과 평양에 무슨 왜바람이 있어 사전에 올리겠는가.
이렇듯 고장마다 지닌 독특한 정서에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고장말을 내쳐내는 글월이 너무 싱겁게 되기 일쑤일 터다.
"딸년을 빈손으로 보낸 어미의 '아싸한'마음" 이 "딸년을 빈손으로 보낸 어미의 후회스럽고 아쉬운 마음"처럼 말이다.
표준말 자격이 충분한 말도 온전한 말로 다루지 않았던 말이 또 있다. '가녘'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주변, 가장자리'의 북한말 정도로 다루다가 최근에 와서야 남쪽 사전에서도 온전한 말로 대접하여 올리고 있는데, '남녘, 들녘, 밝아올녘, 북녘, 아침녘, 점심녘, 해질녘'처럼 '무렵, 쪽'을 뜻하는 '녘'이 붙어 만들어진 우리말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가녘'은 주변이나 변두리의 사투리 정도로 다루었으니, 이 역시 한자문화에 기대어 온 서울 표준말의 속성과 폭 좁음을 알 만하지 않은가.